마서영프로의 첫 우승을 다시 보니 마지막 파가 남았다

얼마 전 마서영프로의 첫 정규투어 우승 기록을 다시 보다가 숫자 하나에서 눈이 멈췄다. 최종 라운드 73타. 우승자가 마지막 날 언더파를 치지 못했다는 사실이 오히려 그날 경기를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비바람 속에서 선두가 여러 번 바뀌었고, 승부는 누가 더 많은 버디를 잡느냐보다 누가 마지막까지 파를 지키느냐로 좁혀졌다.
5언더파 선두가 4언더파 우승자가 되기까지
2026년 10월 아이스버그골프·서울신문 오픈 2라운드를 마친 마서영은 5언더파 139타로 단독 선두였다. 2라운드 성적은 버디 2개, 보기 1개의 71타. 한 타 차로 따라붙은 노승희를 앞에 두고 생애 첫 챔피언 조에 들어갔다. KLPGA 보도에 따르면 그는 이 무대를 결과에 매달리기보다 배우는 기회로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첫 선두를 지켜야 한다는 부담을 생각하면 꽤 담담한 말이다.
그런데 마지막 날은 담담하게만 흘러가지 않았다. 전반 9개 홀에서 버디 2개와 보기 3개가 나왔다. 티샷이 흔들리면서 전날까지 쌓은 한 타를 잃었고, 추격하던 이예원과 성유진이 공동 선두권으로 올라왔다. 2라운드까지의 5언더파가 최종 4언더파 212타가 된 과정에는 마지막 날의 1오버파가 있다. 숫자만 보면 후퇴지만, 그날 코스에서는 타수를 지키는 일 자체가 경쟁력이었다.
14번 홀부터 바뀐 승부의 속도
승부가 크게 요동친 곳은 후반이었다. 성유진이 14번 홀에서 약 5.5m 버디 퍼트를 넣으며 두 타 차 단독 선두로 나섰다. 그때만 해도 마서영의 우승 가능성은 멀어 보였다. 하지만 성유진은 15번 홀에서 3퍼트로 보기를 했고 16번 홀에서도 한 타를 잃었다. 순식간에 마서영, 이예원과 다시 공동 선두가 됐다. 이예원이 18번 홀에서 보기를 기록하면서 마서영과 성유진의 연장전이 성사됐다.
이 흐름이 흥미로운 이유는 마서영이 후반에 버디를 몰아쳐 역전한 경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선두권 선수들이 어려운 홀에서 타수를 잃는 사이 자신의 스코어를 더 무너뜨리지 않았다. 공격이 필요한 홀과 파를 받아들여야 하는 홀의 차이가 커진 날이었다. 최종 라운드 73타라는 기록도 당시의 비바람과 순위 변화를 함께 놓고 봐야 제대로 읽힌다.
연장 두 번째 18번 홀에서 지킨 한 타
연장전은 18번 홀 파4에서 열렸다. 첫 번째 연장에서는 두 선수가 모두 파를 적었다. 두 번째 연장에서는 마서영의 두 번째 샷이 홀에서 약 8.4m 떨어진 곳에 멈췄다. 짧은 버디 기회는 아니었지만, 두 번의 퍼트로 파를 지킬 수 있는 자리였다. 마서영은 실제로 2퍼트 파를 기록했다.
반면 성유진은 두 번째 샷이 그린 뒤로 넘어갔고, 칩샷도 길어 약 5.2m 파 퍼트를 남겼다. 그 퍼트가 빗나가면서 마서영의 첫 정규투어 우승이 확정됐다. 연장 두 번째 홀의 차이는 단 한 타. 그래도 그 한 타에는 그린을 놓친 뒤의 부담과 긴 거리에서 두 번에 끝내야 하는 부담의 차이가 담겨 있다. 마서영에게 챔피언 조도, 연장전도 처음이었다는 점을 떠올리면 그 파가 더 크게 보인다.
드림투어의 17언더파와 이번 4언더파
마서영의 이력을 거슬러 올라가면 다른 모습의 우승도 있다. 2024년 무안CC·올포유 드림투어 7차전에서는 68타, 66타, 65타를 차례로 쳐 합계 17언더파 199타로 우승했다. 첫 두 라운드에는 보기가 없었고, 마지막 날에는 버디 8개와 보기 1개를 기록했다. 당시 KLPGA 자료에서 그는 자신 있게 플레이한 덕분에 그린 적중률이 높았고 버디 기회도 많았다고 돌아봤다.
두 우승의 점수 차는 13타지만, 그 수치만으로 경기력이 어느 때 더 좋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코스와 날씨, 경쟁 상황이 달랐다. 드림투어 우승이 많은 버디로 앞서 나간 경기였다면, 2026년 정규투어 첫 승은 흔들리는 선두권에서 끝까지 버틴 경기였다. 2023년 정규투어에 데뷔한 뒤 시드를 잃고 드림투어로 돌아갔던 시간까지 생각하면, 우승 방식이 달라졌다는 점도 눈에 들어온다.
이번 우승 상금은 2억 7천만 원이었고, 대회 전 시즌 상금 순위 56위였던 마서영은 2028시즌까지 출전권을 확보했다. 순위와 출전권은 분명 큰 변화다. 그래도 다음 경기에서 더 보고 싶은 숫자는 우승 횟수만이 아니다. 티샷이 흔들리는 날에도 몇 개의 파를 지켜내는지, 좋은 샷이 이어지는 날에는 버디 기회를 얼마나 점수로 바꾸는지. 마서영프로의 두 우승은 그 두 가지를 모두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