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좌완 김범수 영입 검토가 남긴 숫자를 다시 봤다

지난겨울 KIA의 불펜 소식을 따라가다 가장 눈길이 간 이름은 김범수였다. 2025년 한화에서 평균자책점 2.25를 기록한 좌완이었다. 당시에는 ‘기아, 좌완 김범수 영입 검토’라는 말이 돌았지만, 지금은 검토 단계의 이야기가 아니다. KIA는 2026년 1월 김범수와 3년 최대 20억 원에 계약했고, 한 시즌을 함께 치렀다. 영입 당시 기대와 첫해 기록을 나란히 놓으니 숫자 뒤의 흐름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
왜 KIA는 김범수를 원했을까
출발점은 KIA의 불펜이었다. 2025년 KIA 불펜 평균자책점은 5.22로 리그 9위였다. 선발이 리드를 안겨도 경기 후반까지 지키는 일이 쉽지 않았다는 뜻이다. KIA가 조상우와 계약하고 김범수, 홍건희까지 데려온 배경에도 이 약점이 있었다.
김범수의 2025년 기록은 그 판단을 뒷받침했다. 한화에서 73경기에 나와 48이닝을 던졌고, 2승 1패 2세이브 6홀드에 평균자책점 2.25를 남겼다. 이닝당 출루 허용을 나타내는 WHIP도 1.08이었다. 불펜 투수에게 73경기 출장은 꽤 무거운 일정이다. KIA로서는 필요한 날 자주 마운드에 오르면서도 실점을 억제한 좌완을 얻는 셈이었다.
물론 2025년 한 해의 성적만으로 다음 시즌을 보장할 수는 없었다. 김범수는 이전에도 꾸준히 등판했지만, 2024년 평균자책점은 5.29였다. KIA가 산 것은 매년 2점대 평균자책점을 찍는다는 확신보다, 불펜의 선택지를 넓혀 줄 경험과 2025년에 보여준 상승 가능성이었을 것이다.
계약서에 적힌 20억 원 밖의 비용
계약 규모는 3년 최대 20억 원이었다. 계약금 5억 원, 연봉 총액 12억 원, 인센티브 3억 원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FA 영입은 금액만 보고 판단하기 어렵다. 김범수는 B등급 FA였고, 한화는 보상 선수로 KIA의 우완 양수호를 지명했다. KIA는 불펜 전력과 함께 향후 쓸 수 있었던 투수 한 명도 내준 셈이다.
이 대목에서 영입의 기준이 달라진다. 김범수가 몇 홀드를 올리느냐도 중요하지만, KIA 불펜 전체가 얼마나 안정됐는지를 봐야 한다. 좌완 한 명이 특정 타순을 맡아주면 다른 투수의 등판 순서와 휴식에도 여유가 생긴다. 다만 그 효과는 김범수가 주자를 내보낸 뒤에도 이닝을 끝낼 수 있을 때 커진다. 불펜에서는 짧은 한 이닝의 흔들림이 곧바로 실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첫해 기록에서 가장 크게 바뀐 숫자
2026년 정규시즌 김범수는 KIA에서 60경기, 40이닝을 소화했다. 1승 3패 1세이브 13홀드. 홀드만 보면 팀 불펜에서 분명 역할을 맡았다. 실제로 팀 내 홀드 3위였다. 그런데 평균자책점은 5.63으로 올라갔고 WHIP는 2.03까지 뛰었다. 2025년의 2.25, 1.08과는 간격이 크다.
더 눈에 띄는 건 출루 허용의 내용이다. 2025년에는 48이닝 동안 안타 30개와 볼넷 22개를 내줬다. 2026년에는 40이닝에 안타 51개, 볼넷 30개였다. 투구 이닝은 줄었는데 안타와 볼넷은 모두 늘었다. 2025년 41개였던 탈삼진도 2026년에는 35개였다. 삼진만 큰 폭으로 줄었다기보다, 주자를 내보내는 빈도가 급격히 높아진 쪽에 가깝다.
불펜 투수의 평균자책점은 적은 이닝 때문에 몇 차례의 대량 실점에 흔들릴 수 있다. 그래서 평균자책점 하나만으로 시즌을 단정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WHIP가 1.08에서 2.03으로 뛴 사실은 다른 이야기다. 주자가 쌓이면 감독은 한 타자를 더 맡길지, 투수를 바꿀지 매번 계산해야 한다. 김범수의 첫해에는 그 부담이 예상보다 컸다.
13홀드와 5.63을 함께 읽어야 한다
솔직히 13홀드를 기록한 투수에게 ‘아무 역할도 못 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KIA는 실제로 김범수를 여러 차례 리드를 지키는 상황에 투입했다. 반대로 홀드 숫자만 보고 영입이 성공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홀드는 맡은 상황과 다음 투수의 결과에도 영향을 받는다. 김범수가 남긴 40이닝의 출루 허용과 실점을 함께 봐야 첫해의 모습에 가까워진다.
2025년 KIA의 과제였던 불펜 보강은 2026년 팀이 정규시즌 3위에 오르는 과정에서 계속 중요한 문제였다. 김범수 개인에게는 3년 계약 중 첫해가 끝났을 뿐이다. 앞으로 살펴볼 지점은 선명하다. 볼넷을 줄여 주자가 쌓이는 장면을 덜 만들 수 있는가, 그리고 2025년에 보여준 안정감을 다시 찾을 수 있는가. 영입 검토 소식을 들었을 때 기대했던 좌완의 가치는 결국 다음 등판에서 그 두 가지를 얼마나 보여주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