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구단 역대 최고의 트레이드 다시 보니 최재훈이었다

한화 경기를 오래 보다 보면 화려한 끝내기보다 포수의 한 동작이 더 오래 남을 때가 있다. 투수가 흔들릴 때 마운드에 올라가는 타이밍, 주자가 뛰는 순간의 송구, 볼넷으로 끈질기게 이어 가는 타석 말이다. 한화 구단 역대 최고의 트레이드를 하나 꼽으라면 나는 2017년 최재훈 영입을 떠올린다. 큰 이름을 데려온 거래라서가 아니다. 비어 있던 자리를 거의 10년 동안 채웠기 때문이다.
2017년 4월, 서로 다른 자리가 필요했다
2017년 4월 17일 한화는 내야수 신성현을 두산에 보내고 포수 최재훈을 받았다. 일대일 트레이드였다. 당시 한화에는 포수 보강이 필요했고, 최재훈은 두산에서 꾸준한 출전 기회를 얻기 어려웠다. 두산 역시 신성현의 장타 가능성을 보고 거래에 나섰다. 발표 당시만 해도 한쪽의 일방적인 승리라고 단정할 수 없는 교환이었다.
그런데 포수는 단순히 타순 한 칸을 채우는 선수가 아니다. 선발투수와 호흡을 맞추고, 불펜 교체 뒤 새 투수의 공을 받아야 하며, 상대의 주루 시도까지 관리한다. 한화가 얻은 것은 포수 한 명의 출전 경기뿐 아니라 매 경기 반복해서 써야 하는 안정적인 선택지였다. 이 점이 시간이 흐를수록 거래의 가치를 키웠다.
기록은 한 시즌의 반짝임보다 긴 출전을 말한다
KBO 기록실을 보면 최재훈은 이적한 2017년 한화에서 104경기, 2018년에는 128경기에 나섰다. 2019년에는 135경기를 뛰며 타율 0.290, 출루율 0.398을 기록했다. 2020년 타율은 0.301이었다. 홈런으로 경기를 뒤집는 유형은 아니지만, 포수 자리에서 이 정도 출전과 출루를 함께 제공한다는 건 타선 운용에 꽤 큰 여유를 준다.
2021년 기록은 특히 재미있다. 타율 0.275보다 눈에 띄는 건 볼넷 72개와 출루율 0.405다. 안타가 나오지 않는 날에도 타석을 쉽게 끝내지 않았다는 뜻이다. 포수에게 체력 부담이 큰 시즌을 보내면서도 116경기에 출전했다. 타율 하나만 보면 놓치기 쉬운 가치가 여기 있다. 최재훈이 출루하면 다음 타자에게 주자가 있는 상황을 넘겨줄 수 있고, 투수에게는 한 번 더 쉴 시간이 생긴다.
물론 성적이 매년 우상향한 것은 아니다. 2022년 타율은 0.223까지 내려갔다. 이런 시즌까지 포함해야 트레이드의 성패를 제대로 볼 수 있다. 이후 2023년 125경기, 2024년 116경기, 2025년 121경기에 출전했다. 2025년에는 타율 0.286, 출루율 0.414로 다시 공격에서도 힘을 보탰다. 한 해의 최고점보다 긴 시간 주전으로 버틴 사실이 더 강한 근거다.
가을야구에서 보인 가치, 다만 혼자 만든 성적은 아니다
한화는 2018년 정규시즌 3위로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무대에 돌아왔다. 2025년에는 한국시리즈까지 올라 LG와 다섯 경기를 치렀다. 최재훈은 두 시기에 모두 한화의 포수로 있었다. 2017년 영입이 한 시즌을 메우는 임시방편에서 끝나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렇다고 팀의 상승을 포수 한 명의 공으로 돌릴 수는 없다. 투수의 구위, 수비 위치, 상대 주자의 판단이 모두 경기 결과에 영향을 준다. 특히 팀 평균자책점을 그대로 포수의 능력으로 환산하는 건 무리다. 내가 높이 평가하는 부분은 인과관계를 과장한 숫자가 아니라, 팀 구성이 바뀌는 동안에도 최재훈이 계속 포수 자리를 맡았다는 사실이다. 투수진이 달라질 때마다 호흡을 새로 맞춰야 하는 자리에서 그 지속성은 작지 않다.
트레이드 대가까지 놓고 보면
한화가 보낸 신성현에게도 당시에는 분명 기대할 만한 장타력이 있었다. 그래서 이 거래를 평가할 때 ‘누가 더 유명해졌나’보다 ‘각 팀이 원한 역할을 얼마나 오래 채웠나’를 묻게 된다. 한화 쪽에서는 약점으로 꼽히던 포수 자리를 즉시 보강했고, 최재훈은 여러 시즌에 걸쳐 주전으로 뛰었다. 거래 당시의 필요와 이후의 실제 출전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2021년 한화가 최재훈과 맺은 5년 최대 54억 원의 자유계약선수 계약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 돈까지 트레이드만의 성과로 계산할 수는 없다. 오히려 구단이 영입 뒤 쌓인 기여도를 보고 다시 투자했다는 의미에 가깝다. 처음에는 신성현 한 명을 내준 거래였지만, 이후에는 최재훈을 붙잡기 위한 별도의 결정과 비용이 더해졌다. 이 차이를 구분해야 평가도 공정해진다.
‘역대 최고’라는 말에는 취향이 섞일 수밖에 없다. 단기간의 폭발력을 중시하면 다른 이름을 고를 수도 있다. 그래도 내 기준은 분명하다. 한화가 가장 필요했던 자리를 채웠고, 그 선택이 몇 달이 아니라 여러 시즌의 경기 운영으로 이어졌다. 최재훈 트레이드가 유독 오래 기억에 남는 이유는 기록표의 한 줄보다 그 긴 시간이 말해 주는 이야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