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중국 축구를 다시 보니 흐름이 보였다

얼마 전 베트남과 중국의 축구 맞대결 기록을 다시 훑다가 스코어 세 개 앞에서 한참 멈췄다. 중국의 3대2 승리, 베트남의 3대1 승리, 그리고 중국의 2대0 승리. 승패만 적으면 서로 한 번씩 되갚은 이야기처럼 보인다. 그런데 골이 나온 시간과 경기의 성격을 붙여 읽으니 장면이 달라졌다. 베트남 중국 축구는 어느 한쪽의 우위를 단정하기보다, 누가 먼저 자기 흐름을 만들었는지 보는 편이 훨씬 재미있다.
같은 월드컵 예선에서 나온 다른 답
2021년 10월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첫 맞대결은 중국이 3대2로 이겼다. 중국은 2대0으로 앞섰지만 베트남이 경기 막판 두 골을 넣어 따라붙었다. 무승부로 끝나는 듯했던 추가시간 5분, 우레이가 결승골을 터뜨렸다. 아시아축구연맹의 경기 기록을 따라가면 중국의 승리만큼이나 베트남의 추격이 눈에 들어온다. 두 골을 내주고도 공격을 멈추지 않았고, 중국은 다시 한 번 결정적인 기회를 득점으로 연결했다.
약 넉 달 뒤인 2022년 2월 1일에는 흐름이 뒤집혔다. 베트남은 하노이에서 중국을 3대1로 꺾었다. 호떤따이가 전반 9분, 응우옌띠엔린이 16분에 연달아 득점했다. 전반 시작 16분 만에 두 골 차이가 난 셈이다. 판반득이 후반에 한 골을 보탰고, 중국은 추가시간에 만회골을 넣었다. 아시아축구연맹은 이 경기를 베트남의 중국 상대 첫 승리이자 당시 최종예선 첫 승리로 기록했다. 결과도 컸지만, 초반부터 상대를 쫓아가게 만든 경기 운영이 더 인상적이었다.
3대1은 단순한 설욕보다 큰 장면이었다
첫 경기의 베트남은 0대2에서 2대2까지 돌아왔지만 끝내 승점을 얻지 못했다. 두 번째 경기에서는 반대로 먼저 두 골을 넣고 리드를 지켰다. 같은 두 팀이 만나도 선제골이 어느 쪽에서 나오느냐에 따라 필요한 판단이 달라진다. 앞선 팀은 위험을 줄이면서 추가 득점 기회를 고르고, 뒤진 팀은 공격에 인원을 보내야 한다. 하노이 경기에서는 베트남이 이런 선택을 중국에 먼저 강요했다.
여기서 3대1을 두고 베트남이 중국보다 언제나 강하다고 말하면 기록을 너무 빨리 읽는 셈이다. 두 경기는 같은 최종예선에 속했지만 장소도, 선제골을 넣은 팀도 달랐다. 오히려 눈여겨볼 대목은 베트남이 첫 경기의 극적인 추격을 다음 맞대결의 빠른 출발로 바꿨다는 점이다. 전반 9분과 16분의 골은 종료 직전 득점과 다른 압박을 준다. 상대에게 거의 한 경기 전체를 뒤집기 위한 시간으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친선경기 2대0이 보여준 또 다른 변수
2023년 10월 중국 다롄에서 열린 친선경기에서는 중국이 2대0으로 이겼다. 중국축구협회에 따르면 왕추밍이 후반 56분 선제골을 넣었고, 우레이가 추가시간 베트남의 후방 패스를 가로채 승부를 굳혔다. 전반은 0대0이었다. 하노이에서 베트남이 초반에 승기를 잡았던 경기와 비교하면, 이번에는 중국이 후반에 균형을 깨고 마지막 실수까지 득점으로 연결했다.
물론 친선경기 결과를 월드컵 예선과 같은 무게로 놓을 수는 없다. 선수 기용이나 경기 목적이 다르다. 그래도 후반 56분의 선제골과 추가시간의 쐐기골은 분명한 관전 포인트다. 중국은 득점 뒤 리드를 지켰고, 베트남은 따라가야 하는 상황에서 후방 실수가 나왔다. 스코어만 보면 두 골 차의 무난한 승리 같지만, 실제로는 0대0이 깨진 뒤 두 팀의 선택이 갈린 경기였다.
U23까지 보면 세대와 대회가 보인다
2026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 U23 아시안컵 준결승에서도 두 나라가 만났다. 중국 U23 대표팀이 베트남 U23 대표팀을 3대0으로 꺾었다. 베트남은 앞선 네 경기를 모두 이기고 준결승에 왔지만, 중국은 후반 47분과 52분에 연속 득점하며 흐름을 가져갔다. 베트남은 후반 74분 퇴장까지 나오면서 추격이 더 어려워졌고, 중국은 추가시간에 세 번째 골을 넣었다.
이 결과를 성인 대표팀 전적에 섞어 세면 이야기가 흐려진다. U23은 연령별 대표팀이고, 친선경기와 월드컵 예선도 무대가 다르다. 다만 경기 안의 패턴은 비교할 만하다. 하노이에서는 베트남의 전반 16분까지 나온 두 골이, U23 준결승에서는 중국의 후반 시작 직후 두 골이 상대의 계획을 흔들었다. 두 경기 모두 3골을 넣은 팀이 어느 시간대에 승부를 기울였는지가 스코어만큼 중요했다.
나는 베트남 중국 축구 기록을 볼 때 승패 옆에 세 가지를 적어 둔다. 어떤 대회였는지, 첫 골이 언제 나왔는지, 리드를 잡은 뒤 어떤 장면이 이어졌는지. 2021년의 추가시간 결승골, 2022년의 빠른 두 골, 2026년 U23 준결승의 후반 초반 연속골은 각각 다른 경기를 말해 준다. 다음 맞대결에서도 최종 스코어보다 먼저 시계와 흐름을 보게 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