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수스 데 미겔의 기록을 다시 읽게 됐다

얼마 전 테네리페의 지난 시즌 기록을 다시 보다가 헤수스 데 미겔의 이름에서 한참 멈췄다. 2026년 11월 3일, CD 테네리페가 그의 사망을 공식 발표했다. 숫자부터 꺼내기 조심스러운 소식이다. 그래도 그가 어떤 공격수였는지 떠올릴 때, 득점표에 남은 숫자와 그 숫자가 만들어진 흐름을 함께 보고 싶었다.
카스테욘에서 쌓은 16골의 무게
헤수스 데 미겔은 스페인 하부 리그를 거쳐 2023년 초 CD 카스테욘에 합류했다. 첫 반 시즌에는 6골을 넣었다. 카스테욘 구단 발표를 보면 그중 2골은 승격 플레이오프에서 나왔다. 한 시즌 전체 득점만 보면 지나치기 쉬운 대목이다. 시즌의 향방이 걸린 경기에서도 골을 남겼다는 뜻이니까.
2023~2024시즌에는 리그 38경기에서 16골 6도움을 기록했다. 경기당 득점은 약 0.42골이다. 여기에 도움까지 더하면 공격 포인트가 22개다. 카스테욘이 스페인 2부 리그로 올라간 시즌의 공격을 설명할 때 그의 이름을 빼기 어려운 이유다. 스페인 3부 격인 프리메라 페데라시온 그룹 2 득점 1위에도 올랐다.
그런데 2부 리그에서는 같은 득점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카스테욘 구단에 따르면 초반 알메리아전 2골, 엘덴세전 1골을 넣은 뒤 출전 비중이 달라졌다. 3부에서 검증된 득점력이 2부에서도 그대로 반복되리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더 빠른 수비와 달라진 출전 시간 속에서, 그에게도 다른 과제가 생긴 셈이다.
테네리페에서 보여준 폭발적인 출발
2025년 여름, 데 미겔은 테네리페로 이적했다. 한 시즌 전 2부에서 내려온 팀이 다시 승격을 노리는 시기였다. 이 선택이 흥미로웠던 건 카스테욘 시절 가장 위협적이었던 무대에서 다시 뛸 기회였기 때문이다. 테네리페는 골이 필요했고, 그는 그 무대에서 골을 넣어본 공격수였다.
시작은 강렬했다. 스페인축구협회 기록에 따르면 2025~2026시즌 첫 5경기에서 6골 3도움. 다섯 경기 동안 골에 직접 관여한 횟수가 9번이었다. 9월 이달의 선수로 뽑힌 것도 자연스러워 보인다. 팀 역시 첫 5경기를 모두 이겼다. 개인의 좋은 출발이 팀의 승점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더 눈에 띄는 기록이다.
시즌 내내 같은 속도로 득점한 것은 아니다. 스페인축구협회가 집계한 득점은 2025년 11월 말 9골, 2026년 1월 말 10골이었다. 초반 5경기에서 6골을 넣었던 페이스와 비교하면 이후 골 간격은 길어졌다. 그렇다고 첫 달의 활약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승격 경쟁의 초반 흐름을 잡을 때 넣은 골과 도움은 나중에 다시 채울 수 없는 승점과 연결된다.
득점표 옆에 팀의 흐름도 놓아보면
테네리페의 승격을 데 미겔 혼자 설명할 수는 없다. 스페인축구협회는 2026년 5월 승격을 전하며, 당시 팀이 35경기에서 20골만 내줬다고 짚었다. 같은 시점 엔리크 가예고는 17골을 기록 중이었다. 단단한 수비와 여러 공격 자원이 함께 만든 성과였다. 데 미겔의 초반 득점은 그 안에서 팀을 빠르게 앞쪽으로 밀어준 힘이었다.
두 선수의 숫자를 나란히 놓으면 공격의 역할도 조금 다르게 보인다. 가예고가 시즌 후반까지 득점의 중심을 지켰다면, 데 미겔은 첫 달부터 골과 도움을 몰아치며 출발을 이끌었다. 누가 더 중요했느냐는 식으로 가를 필요는 없다. 긴 리그에서는 좋은 시작을 만들어내는 선수와 그 흐름을 이어가는 선수 모두 필요하다.
마지막 경기에서 숫자 밖에 남은 것
2026년 11월 2일 안도라전에서 데 미겔은 후반 59분 가예고와 교체돼 들어왔다. 라리가 경기 기록에는 그가 후반 78분 역습 상황에서 동료의 슈팅을 도운 장면도 남아 있다. 이어 경기 중 충돌 뒤 쓰러졌고, 테네리페는 그날 그가 중환자실에 입원했다고 발표했다. 다음 날 구단은 그의 사망을 알렸다. 스페인축구협회는 예정된 컵대회 경기를 연기하며 애도를 표했다.
그 경기를 설명하는 데 어떤 선수의 책임이나 의학적 원인을 섣불리 단정하고 싶지는 않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를 덧붙이기보다, 테네리페와 카스테욘이 공식적으로 전한 소식과 경기 기록을 그대로 놓아두는 편이 맞다고 생각한다.
헤수스 데 미겔의 기록을 다시 읽으니 16골은 카스테욘의 승격과, 첫 5경기 6골 3도움은 테네리페의 힘찬 출발과 붙어 있다. 득점표는 그가 언제 골을 넣었는지 알려준다. 그 골이 팀에 어떤 순간을 만들어줬는지는 시즌의 흐름을 따라갈 때 더 선명해진다. 앞으로 그의 이름을 볼 때도 나는 그 장면들을 함께 떠올릴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