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 배구단 감독 교체를 따라가봤더니, 1위 팀의 봄은 숫자보다 복잡했다

얼마 전 2025-2026시즌 여자부 기록을 다시 훑다가 한국도로공사 이름에서 한참 멈췄습니다. 정규리그 1위, 24승 12패, 승점 69. 숫자만 놓고 보면 굉장히 단단한 시즌이었죠. 그런데 이 팀의 이야기는 순위표 위쪽에 있는 숫자보다 벤치 쪽이 더 크게 남았습니다. 한국도로공사 배구단 감독 이슈가 그 시즌의 흐름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읽히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김종민 체제 10년, 그냥 오래 버틴 감독은 아니었다
김종민 감독은 2016년 3월 한국도로공사 지휘봉을 잡았습니다. 프로팀에서 10년 가까이 한 팀을 맡는다는 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성적 압박, 외국인 선수 변수, FA 시장, 세대교체가 매년 흔들리는데 그 시간을 버틴 것 자체가 하나의 기록입니다.
성과도 선명했습니다. 2017-2018시즌에는 정규리그 1위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함께 가져가며 통합우승을 만들었습니다. 2022-2023시즌은 더 극적이었죠. 정규리그 3위로 봄 배구에 들어가 흥국생명을 상대로 챔피언결정전 1, 2차전을 내주고도 3, 4, 5차전을 잡았습니다. 여자부에서 쉽게 나오기 힘든 리버스 스윕 우승이었습니다.
그래서 김종민 감독의 도로공사는 단순히 수비 좋은 팀, 베테랑이 많은 팀 정도로만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문정원, 배유나 같은 선수들의 역할 전환과 유지, 세터 운영, 외국인 선수 활용, 그리고 큰 경기에서 버티는 힘이 같이 쌓인 팀이었습니다. 팬들이 김 감독 시절을 강하게 기억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2025-2026시즌, 성적표만 보면 우승 후보였다
KOVO 기록 흐름을 보면 2025-2026시즌 도로공사는 정규리그에서 가장 먼저 안정감을 증명한 팀이었습니다. 최종 성적은 36경기 24승 12패, 승점 69. 현대건설을 따돌리고 1위로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했습니다.
공격 쪽에서는 모마, 강소휘, 타나차 조합이 확실했습니다. 모마는 하이볼 처리 능력으로 경기 흐름이 막힐 때 출구가 됐고, 강소휘는 국내 공격수 중에서도 득점과 리시브 균형을 같이 가져가는 카드였습니다. 여기에 중앙에서 김세빈, 배유나, 이지윤 같은 높이가 버텼습니다. 특히 2025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이지윤까지 품은 건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잡는 움직임처럼 보였습니다.
3월 13일 흥국생명전 3-0 승리로 정규리그 1위를 확정했을 때 분위기는 꽤 명확했습니다. 모마 24점, 강소휘 18점. 남은 1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챔피언결정전 직행을 결정한 경기였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도로공사의 봄은 전력 우위, 휴식일, 홈 어드밴티지라는 좋은 조건을 모두 들고 출발하는 그림이었습니다.
그런데 벤치가 흔들렸다
변곡점은 챔피언결정전 직전이었습니다. 도로공사는 2026년 3월 말 계약 만료를 앞둔 김종민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기로 했고, 여러 보도에 따르면 이 결정은 3월 26일 전후로 알려졌습니다. 문제는 시점이었습니다. 챔피언결정전은 4월 1일부터 시작됐습니다. 정규리그 1위 팀이 가장 중요한 시리즈를 앞두고 사령탑 없이 들어간 셈입니다.
배경에는 코치 폭행 혐의 관련 이슈가 거론됐습니다. 보도상 김 감독은 해당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고, 당시 법원 판단이나 KOVO 징계가 최종적으로 확정된 상태는 아니었습니다. 이 대목은 그래서 더 예민합니다. 구단의 리스크 관리와 절차의 타이밍, 현장 경쟁력 사이에서 무엇을 우선해야 했는지 논쟁이 컸습니다.
스포츠에서 감독은 작전판만 드는 사람이 아닙니다. 특히 배구는 흐름이 급격히 꺾이는 종목입니다. 한 세트 안에서도 리시브 라인이 무너지거나 세터 선택이 흔들리면 5점 차가 금방 10점 차가 됩니다. 이때 타임아웃 한마디, 교체 타이밍, 상대 블로킹 매치업을 읽는 감각이 시리즈 전체의 공기를 바꿉니다.
김영래 감독대행, 갑자기 맡은 봄 배구
김영래 수석코치는 챔피언결정전 1차전부터 감독대행으로 팀을 이끌었습니다. 선수 시절에는 세터로 대한항공, LIG손해보험, 한국전력에서 뛰었고, 은퇴 뒤에는 한국도로공사 코치, 삼성화재 코치, 우리카드 코치를 거쳐 다시 도로공사에 합류한 지도자입니다. 현장을 모르는 인물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역할의 무게는 달랐습니다. 수석코치와 감독대행은 같은 벤치에 앉아도 책임의 방향이 완전히 다릅니다. 김영래 대행 입장에서는 정규리그 1위 팀을 넘겨받았지만, 동시에 가장 부담스러운 타이밍에 팀의 심리까지 붙잡아야 했습니다.
- 정규리그 최종 성적: 한국도로공사 24승 12패, 승점 69
- 챔피언결정전 상대: GS칼텍스
- 챔피언결정전 결과: 한국도로공사 0승 3패
- 3차전 스코어: GS칼텍스 3-1 한국도로공사
결과는 냉정했습니다. GS칼텍스는 준플레이오프부터 올라온 팀이었지만 포스트시즌 리듬이 살아 있었습니다. 도로공사는 정규리그 상대 전적과 체력 조건에서 유리한 평가를 받았는데도 챔피언결정전에서 한 경기도 잡지 못했습니다. 기록만 보면 1위 팀의 업셋 패배이고, 맥락까지 넣으면 사령탑 공백이 얼마나 큰 변수가 될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한국도로공사 배구단 감독 이야기가 남긴 장면
2026년 9월 기준 공개된 흐름만 놓고 보면 도로공사는 김영래 감독대행 체제로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분위기입니다. 정식 감독 선임 여부는 구단 상황과 맞물려 언급됐고, 팬들 입장에서는 아직 완전히 닫힌 페이지라기보다 이어지는 장면에 가깝습니다.
저는 이 사례가 감독 한 명의 호불호 문제로만 보이지 않습니다. 김종민 체제의 10년은 분명 성과가 있었고, 동시에 구단 운영은 논란 앞에서 판단을 요구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판단이 나온 시점이 챔피언결정전 직전이었다는 점 때문에, 도로공사의 2025-2026시즌은 정규리그 1위라는 숫자보다 벤치의 공백으로 더 오래 회자될 가능성이 큽니다.
스포츠 기록은 가끔 잔인할 정도로 짧게 남습니다. 24승 12패, 승점 69, 챔피언결정전 0승 3패. 하지만 그 숫자 사이에는 선수들이 쌓아 올린 시즌, 감독이 만든 10년, 대행이 갑자기 짊어진 며칠, 그리고 팬들이 느낀 허탈함이 같이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도로공사 배구단 감독 이야기는 단순한 인사 뉴스가 아니라, 한 팀의 시즌이 어디에서 강했고 어디에서 흔들렸는지를 보여주는 꽤 진한 기록으로 남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