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교체 후 황동하 투입, KIA 5선발 판이 정말 바뀌었나

얼마 전 KIA 경기 흐름을 다시 돌려보는데, 김태형이 선발 카드에서 빠지고 황동하가 들어온 장면이 단순한 순번 변경처럼 보이지 않았다. 야구에서 5선발 한 자리는 조용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불펜 소모와 다음 시리즈 운영까지 줄줄이 건드리는 자리다.
로테이션 한 칸이 흔든 분위기
KIA는 시즌 초반부터 국내 선발 한 자리를 두고 꽤 긴 고민을 이어갔다. 김태형은 2006년생, 2025년 1라운드 5순위로 들어온 우완이다. 구위와 체격, 성장 곡선만 놓고 보면 당연히 기대가 큰 자원이다. 반면 황동하는 2022년 2차 7라운드 65순위 출신으로, 화려한 지명 순위보다 실전에서 버티는 힘으로 존재감을 쌓아온 쪽에 가깝다.
그래서 김태형 교체와 황동하 투입은 단순히 누가 못해서 누가 들어간 그림만은 아니었다. KIA 입장에서는 당장의 승부와 장기 육성을 동시에 계산해야 했다. 어린 김태형에게 무리하게 선발 부담을 계속 얹을지, 롱릴리프로 던지던 황동하에게 선발 테스트를 맡길지의 문제였다. 근데 이런 선택은 기록지 위 숫자보다 더 복잡하다. 한 명의 보직 변화가 불펜 대기표, 포수 리드, 다음 경기 선발 휴식일을 함께 바꿔놓기 때문이다.
황동하 투입이 먹힌 순간
황동하는 처음부터 압도적인 선발 카드로 보였던 투수는 아니었다. 시즌 초반 스윙맨으로 나섰을 때 평균자책점이 두 자릿수까지 치솟은 구간도 있었다. 그런데 선발로 방향을 틀자 흐름이 꽤 달라졌다. 4월 26일 롯데전 4이닝 2실점은 엄청난 숫자는 아니었지만, 선발로 경기를 시작해 버틸 수 있다는 신호였다.
분위기를 확 바꾼 경기는 5월 2일 KT전이었다. 황동하는 7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8탈삼진 무실점으로 KIA의 6-0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볼넷이 없었다는 점이 컸다. 어린 투수나 보직 전환 투수에게 가장 먼저 보는 지표가 흔들릴 때 공짜 주자를 얼마나 줄이느냐인데, 그 경기에서는 스트라이크존을 피하지 않았다. 4회 2사까지 퍼펙트 흐름을 만들었다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 4월 26일 롯데전: 4이닝 2실점, 선발 적응 가능성 확인
- 5월 2일 KT전: 7이닝 무실점, 8탈삼진, 무사사구
- 5월 월간 흐름: 5경기 30 1/3이닝, 4승 무패, 평균자책점 1.48, 퀄리티스타트 4회
이 정도면 감독이 로테이션을 다시 만져볼 명분은 충분했다. 승리 하나보다 중요한 건 반복 가능성이었다. KIA가 필요했던 건 매번 7이닝 무실점이 아니라, 최소 5이닝 이상을 계산할 수 있는 선발감이었다.
김태형 교체가 실패라는 뜻은 아니다
김태형의 이름이 빠졌다고 해서 평가가 끝난 건 아니다. 오히려 김태형은 변동성이 큰 젊은 파이어볼러의 전형에 가깝다. 150km대 공을 던질 수 있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계열 변화구를 섞을 수 있다. 다만 선발로 살아남으려면 구속만으로는 부족하다. 초구 스트라이크, 2스트라이크 이후 결정구, 주자 있을 때 투구 템포가 같이 붙어야 한다.
실제로 김태형도 반등 장면을 만들었다. 5월 26일 키움전에서 6이닝 노히트, 2볼넷, 6탈삼진, 무실점으로 데뷔 첫 승을 챙겼다. 이 경기는 김태형의 천장이 여전히 높다는 걸 보여줬다. 그래서 KIA의 선택은 김태형을 포기한 게 아니라, 당장의 로테이션 압박을 줄이고 성장 시간을 다시 배치한 쪽으로 보는 게 맞다.
9월 21일까지 KBO 공식 기록 기준으로 보면 두 투수의 시즌 숫자는 꽤 비슷하면서도 색깔이 다르다. 황동하는 24경기 89이닝, 7승 6패, 평균자책점 5.16, WHIP 1.51, 퀄리티스타트 5회다. 김태형은 22경기 70이닝, 3승 4패, 평균자책점 5.40, WHIP 1.59, 퀄리티스타트 2회다. 표면 성적만 보면 둘 다 완성형은 아니다. 그래도 황동하가 더 많은 이닝을 먹어줬고, 김태형은 폭발력 있는 경기와 흔들리는 경기가 공존했다.
KIA가 원한 건 이름값보다 이닝이었다
선발이 4이닝에서 끊기면 그날 경기만 힘든 게 아니다. 불펜이 4명, 5명씩 들어가고 다음날 필승조 선택지도 좁아진다. 그래서 5선발 경쟁에서 가장 현실적인 가치는 화려한 탈삼진보다 이닝 소화다. 황동하 투입이 주목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로테이션 한 자리를 완전히 잠그는 에이스라기보다, 팀 운영표를 덜 헝클어뜨리는 투수로 기능했다.
물론 황동하에게도 숙제는 남아 있다. 시즌이 길어지면서 평균자책점은 5점대로 올라왔고, 피홈런과 볼넷 관리도 더 다듬어야 한다. 5월의 뜨거운 구간만 보고 고정 선발을 확정하기엔 KBO 타자들의 적응도 빠르다. 근데 그 뜨거운 구간이 의미 없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KIA가 6선발 혹은 1+1 카드까지 생각할 수 있게 만든 건 분명 황동하의 버티는 이닝이었다.
앞으로 더 재미있게 볼 지점
이제 관전 포인트는 둘 중 한 명만 고르는 문제가 아니다. 황동하는 안정적인 초반 카운트와 포크볼 완성도를 더 끌어올려야 하고, 김태형은 좋은 공을 긴 이닝 안에서 반복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KIA가 이 둘을 상황에 따라 선발, 롱릴리프, 대체 선발로 섞어 쓸 수 있다면 로테이션의 숨통은 훨씬 넓어진다.
솔직히 이 장면이 재미있는 건 승패 하나보다 육성의 속도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김태형의 재능은 여전히 매력적이고, 황동하의 반등은 팀이 왜 기록과 흐름을 같이 봐야 하는지 보여줬다. KIA 팬이 아니어도 5선발 한 칸에서 시즌의 결이 바뀌는 순간은 꽤 짜릿하다. 황동하가 이닝을 버티고 김태형이 다시 공을 세우는 날이 늘어날수록, KIA의 선발진은 훨씬 까다로운 팀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