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 베네수엘라전 분노 이유를 기록에서 읽었다

경기를 보고 나서 한참 동안 0대 0보다 벤치 장면이 머리에 남았다. 10월 2일 울산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전, 김민재는 교체된 뒤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고 축구화를 던졌다. 화면만 보면 교체에 화가 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런데 경기 기록과 그의 인터뷰를 함께 놓고 보니, 그가 답답해한 지점은 훨씬 넓었다.
0대 0인데도 수비수가 화난 이유
한국은 실점하지 않았다. 수비수의 성적표만 결과로 매긴다면 무실점 경기다. 하지만 연합뉴스가 전한 슈팅 수는 한국 7개, 베네수엘라 12개였다. 한국의 첫 슈팅은 전반 45분에야 나왔다. 전반 내내 상대를 골문 앞에서 밀어붙이지 못했고, 후반에는 오히려 베네수엘라의 슈팅이 더 위협적이었다.
후반 15분에는 헤더를 송범근이 막았고, 후반 27분에는 굴절된 중거리 슈팅이 골대를 때렸다. 실점하지 않았다는 사실과 수비가 편안했다는 평가는 그래서 다르다. 상대가 12번 슈팅하는 동안 마지막 수비선은 계속 상황을 수습해야 했다. 김민재가 경기 후 수비수들이 불쌍하다고 말한 배경을 기록에서도 읽을 수 있다.
여기서 슈팅 수 하나로 모든 책임을 가를 수는 없다. 12개의 슈팅이 모두 결정적인 기회였던 것도 아니다. 다만 한국이 7개를 시도하는 동안 상대에게 더 많은 마무리를 허용했고, 우리 첫 슈팅까지 45분이 걸렸다는 조합은 경기의 흐름을 보여준다. 무실점이라는 숫자 하나로 넘기기엔 수비진이 견뎌야 할 시간이 길었다.
김민재가 말한 ‘함께 뛴다’는 뜻
경기 뒤 김민재는 팀 전체가 경합하고 수비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후 인터뷰에서는 많이 뛴다는 말이 단순히 이동 거리를 늘리라는 뜻이 아니라고 풀었다. 공을 두고 함께 경합하고, 밀린 뒤에는 주변 선수가 세컨드 볼을 잡아줘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수비수 입장에서 이 차이는 크다. 앞선 선수가 상대의 전진을 늦추면 뒤의 수비수는 위치를 잡을 시간을 얻는다. 첫 경합에서 공을 따내지 못하더라도 가까운 동료가 흘러나온 공을 회수하면 공격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반대로 그 공까지 상대에게 넘어가면 수비진은 한 번 막고도 곧바로 다음 공격을 받아야 한다. 김민재의 발언은 ‘더 열심히 뛰자’는 구호보다 이런 연속 동작에 가까웠다.
그는 자신의 경기력도 예외로 두지 않았다. 다른 선수 눈에는 자신 역시 충분히 싸우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인정했다. 특정 동료 한 명을 공개적으로 지목했다는 근거는 없다. 축구화를 던진 장면과 팀을 향한 발언을 연결해 볼 수는 있지만, 그 행동의 단 하나뿐인 원인을 확정하는 것도 조심스럽다. 확인되는 건 교체 뒤의 감정 표현과, 경기 후 그가 직접 밝힌 팀 플레이에 대한 불만이다.
후반의 위기는 앞선 흐름과 이어졌다
한국은 4·4·2로 손흥민과 오현규를 앞에 세웠다. 후반 6분 오현규의 크로스를 손흥민이 슈팅으로 연결한 장면처럼 기회가 전혀 없던 경기는 아니다. 하지만 전반에 첫 슈팅이 끝나기 직전까지 나오지 않았고, 후반에는 상대의 헤더와 골대 강타 장면이 이어졌다. 공격의 답답함과 수비의 부담을 따로 떼어 보기 어려운 경기였다.
직전 우루과이전 1대 4 패배도 이 경기의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었다. 베네수엘라전은 분위기를 바꿀 기회였는데 결과는 무득점 무승부였다. 김민재는 후반 35분께 김태현과 교체됐다. 교체 직후의 축구화 장면만 떼어내면 순간적인 화처럼 보이지만, 앞선 경기 결과와 이날 80분가량의 흐름을 함께 보면 쌓인 답답함이 드러난 순간으로 읽힌다.
그렇다고 선수들의 의지만 문제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어느 위치에서 경합할지, 공을 빼앗긴 뒤 누가 먼저 압박하고 누가 주변 공간을 메울지는 선수 간 약속과 전술에도 달려 있다. 김민재는 인터뷰에서 전술만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했지만, 경기에서 반복된 장면을 고치는 일에는 선수와 코칭스태프 모두의 역할이 있다.
다음 경기에서 봐야 할 숫자
비슷한 경기에서 먼저 보고 싶은 건 실점 여부만이 아니다. 상대 슈팅이 나온 위치, 첫 경합 뒤 세컨드 볼을 누가 가져가는지, 공을 잃은 뒤 수비 대형을 되찾기까지 얼마나 걸리는지가 더 많은 이야기를 해준다. 한국이 슈팅 7개에 그치고 상대에게 12개를 허용한 베네수엘라전은 그 관찰 지점을 또렷하게 남겼다.
김민재 베네수엘라전 분노 이유를 한 장면으로만 설명하면 경기 전체가 빠진다. 무실점을 지켜낸 수비수에게도 불만은 남을 수 있다. 나는 그가 던진 축구화보다, 첫 경합 다음에 누가 함께 움직였는지를 더 오래 기억하게 될 것 같다. 대표팀의 변화도 바로 그 장면들에서 보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