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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어르헝 박신자컵 로스터 합류에 기록을 다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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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어르헝 박신자컵 로스터 합류에 기록을 다시 봤다

박신자컵 경기 기록을 넘겨보다가 낯익은 이름에서 손이 멈췄다. 염어르헝. 페퍼저축은행에서 높은 블로킹 벽으로 주목받던 배구 선수가 2026 박신자컵에 참가한 울란바토르 아마존스의 로스터에 센터로 이름을 올렸다. 반가운 소식이지만, 명단 합류와 경기 출전은 다른 이야기다. 이번 대회가 끝난 지금은 그 구분부터 하고 기록을 보는 편이 정확하다.

배구 코트에서 익숙했던 이름이 농구 명단에

염어르헝은 몽골 울란바토르 출신으로, 한국에 배구 유학을 온 뒤 페퍼저축은행에 입단했다. 2022~2023시즌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였다. 약 195㎝의 키를 가진 미들 블로커였으니 기대가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프로에서 보낸 시간은 성장 이야기보다 재활 소식으로 더 자주 채워졌다.

2024~2025시즌에는 10경기, 36세트에서 35득점과 블로킹 12개를 기록했다. 이전 두 시즌의 2경기 0득점, 9경기 6득점과 비교하면 코트에서 보여준 장면이 확실히 늘었다. 바로 그때 왼쪽 무릎을 다쳤다. 2025년 6월 한국배구연맹은 페퍼저축은행의 요청에 따른 임의해지를 공시했다. 농구 명단에 오른 일이 눈길을 끄는 이유에는 이런 긴 공백도 있다.

어릴 때부터 농구와 접점이 전혀 없었던 선수도 아니다. 과거 일간스포츠 인터뷰에서 염어르헝은 아버지가 농구를 했고 어머니가 몽골 농구 국가대표였다고 이야기했다. 그렇다고 가족의 이력이 곧 선수 본인의 농구 실력을 증명해 주지는 않는다. 배구에서 익힌 높이와 타이밍을 농구 움직임으로 얼마나 옮길 수 있는지가 궁금해진다.

울란바토르의 네 경기, 점수보다 흐름이 보였다

2026 박신자컵은 10월 3일부터 11일까지 청주에서 열렸다. 울란바토르 아마존스는 신한은행, 하나은행, 호주 빅토리아 선발팀, 우리은행과 같은 B조에 편성됐다. 네 경기 결과는 61-75, 72-101, 83-87, 64-80. 4패로 조별리그를 마쳤다. 합계 280득점에 343실점이니 경기당 평균은 70득점, 85.75실점이다.

숫자만 보면 수비가 어려웠던 대회다. 그래도 네 패배의 모습은 같지 않았다. 신한은행전에서는 전반을 38-33으로 앞섰지만 3쿼터를 9-26으로 내주며 흐름이 뒤집혔다. 하나은행전은 첫 쿼터부터 11-36으로 밀렸다. 반면 빅토리아 선발팀에는 83점을 넣고 4점 차까지 따라붙었다. 우리은행전에서도 1쿼터를 16-12로 앞섰다가 2·3쿼터에 주도권을 잃었다. 시작은 괜찮아도 경기 내내 같은 강도로 버티는 일이 쉽지 않았던 셈이다.

이 결과를 염어르헝 개인의 성적처럼 읽으면 곤란하다. 확인 가능한 울란바토르의 신한은행전, 하나은행전, 우리은행전 박스스코어에는 그의 출전 시간이나 개인 기록이 나타나지 않는다. 로스터에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만으로 박신자컵에서 득점하거나 리바운드를 잡았다고 말할 근거는 없다. 팀의 4패 역시 한 선수의 농구 적응도를 재는 성적표가 아니다.

195㎝보다 먼저 봐야 할 것은 움직임

센터로 등록된 선수에게 195㎝ 신장은 분명 눈에 띄는 조건이다. 골밑에서 공을 높은 지점에서 잡고, 슛에 손을 뻗고, 상대에게 어려운 각도를 강요할 여지가 있다. 배구 미들 블로커로 익힌 점프 타이밍도 수비 장면에서는 흥미로운 출발점이다. 하지만 농구 센터의 일은 서서 높이를 쓰는 것보다 훨씬 많다.

수비 리바운드에서는 공이 떨어질 곳을 읽기 전에 상대를 몸으로 막아야 한다. 스크린을 건 뒤에는 어느 방향으로 빠질지 판단하고, 공을 받으면 빠르게 마무리해야 한다. 수비에서도 페인트존만 지키는 게 아니라 상대 가드가 방향을 바꿀 때 발을 움직여야 한다. 배구의 블로킹 능력과 농구의 수비 능력을 바로 같은 것으로 놓을 수 없는 이유다.

솔직히 가장 조심스럽게 볼 부분은 몸 상태다. 염어르헝은 양쪽 무릎 수술과 재활을 겪었다. 농구에는 짧은 가속과 급정지, 몸싸움 뒤 착지가 반복된다. 출전 기회가 생긴다면 득점보다 먼저 실제로 몇 분을 소화하는지, 반복해서 점프한 뒤에도 수비 위치를 유지하는지 눈여겨보고 싶다. 건강 상태는 명단이나 키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새 종목의 첫 기록은 천천히 쌓인다

로스터 합류가 곧바로 배구 은퇴 선언인지, 농구 선수로 오래 활동하겠다는 뜻인지는 별도 확인이 필요하다. 지금 분명한 것은 박신자컵 참가팀의 명단에 익숙한 이름이 등장했고, 확인된 박스스코어만으로는 그 선수의 농구 경기력을 평가할 수 없다는 점이다. 박신자컵에서 울란바토르가 기록한 4패와 염어르헝의 개인 이야기는 나란히 놓되 섞지는 말아야 한다.

그럼에도 이 이름이 계속 눈에 남는다. 배구에서 한창 출전 시간을 늘리던 순간 부상으로 멈췄던 선수가 다른 종목의 명단에서 다시 보였기 때문이다. 언젠가 농구 코트에 실제로 선다면 첫 득점보다 리바운드 자리 싸움 한 번, 스크린 뒤의 발걸음 한 번이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것 같다. 기록은 그때부터 쌓이기 시작한다.

염어르헝 박신자컵 로스터 합류에 기록을 다시 봤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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