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16명 방출 명단을 보니 기록보다 빈자리가 보였다

얼마 전 롯데 자이언츠의 방출 명단을 보다가 이름을 두 번 세었다. 투수 8명, 야수 8명. 2026년 10월 7일 구단이 방출을 통보한 선수는 모두 16명이었다. 시즌이 끝나갈 때마다 선수단에 변화가 생기지만, 한 번에 16명의 이름이 발표되니 숫자보다 각 선수가 걸어온 시간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롯데는 2017년 준플레이오프 진출 이후 2026년까지 9시즌 연속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했다. 방출 발표 당일 경기 전 성적도 61승 3무 75패, 8위였다. 그렇다고 이 16명에게 성적 부진의 책임을 돌릴 수는 없다. 이번 명단은 지난 시즌의 1군 성적만큼이나, 구단이 다음 시즌 선수단에서 누구에게 자리를 줄 것인지 보여주는 자료에 가깝다.
16명의 이름을 포지션별로 놓아보니
연합뉴스가 전한 구단 발표에 따르면 방출 통보를 받은 투수는 정성종, 최충연, 석상호, 박로건, 조경민, 박성준, 손준이, 전하원이다. 야수는 이인한, 엄장윤, 윤수녕, 김현도, 배인혁, 박지훈, 김호범, 이정민이다. 정확히 절반씩이지만, 숫자가 같다고 투수진과 야수진에서 생기는 빈자리의 성격까지 같지는 않다.
투수 명단에는 롯데에서 오래 기회를 기다린 선수와 최근 새 출발을 택했던 선수가 함께 있다. 야수 쪽도 외야수, 내야수, 포수가 섞여 있다. 특정 포지션 하나만 손본 발표로 읽기 어려운 이유다. 다만 방출 인원만으로 새 선수 영입 규모나 다음 시즌 주전 구성을 단정할 수는 없다. 그 자리를 누가 채우는지까지 봐야 변화의 방향이 드러난다.
정성종과 최충연의 기록은 서로 다른 시간을 말한다
정성종은 2018년 신인드래프트 2차 전체 13순위로 롯데에 입단했다. 데뷔 첫해 10경기에서 19이닝을 던졌고, 2019년에는 32경기로 등판 기회를 늘렸다. 1군 통산 기록은 73경기 1승 3패 1홀드, 평균자책점 5.76. 하지만 2026년에는 1군 등판이 없었다. 처음 두 시즌의 기회를 떠올리면, 이후 1군에서 자리를 넓히지 못한 흐름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
최충연의 시간표는 다르다. 삼성 시절인 2018년에는 70경기에서 85이닝을 맡아 8세이브와 16홀드, 평균자책점 3.60을 기록했다. 한 시즌에 그만큼 많은 이닝을 책임졌던 불펜 투수였기에 롯데 이적 뒤 반등을 기대한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2026년 롯데에서의 1군 등판은 4월 7일 KT전 한 차례였다. 1이닝 3피안타 1볼넷 2실점. 이 한 경기로 선수의 모든 능력을 평가할 수는 없지만, 롯데에서 실전 기회가 얼마나 적었는지는 분명하다.
두 선수를 같은 ‘방출 투수’로만 묶으면 놓치는 부분이 있다. 정성종에게는 입단 후 9년 동안 이어진 경쟁의 결과가, 최충연에게는 새 팀에서 보낸 한 시즌의 결과가 담겼다. 그래서 명단을 읽을 때는 통산 성적과 함께 최근 몇 년간 1군에서 얼마나 던졌는지도 봐야 한다.
타율 5할이라는 숫자에도 경기 수가 붙어야 한다
야수 명단에서는 이인한의 1군 타율 0.500이 유독 눈에 띈다. 그런데 내용을 펼치면 9경기, 4타수 2안타다. 안타 두 개를 친 기록은 그대로 존중해야 하지만, 네 번의 타수로 타격 능력을 안정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반대로 이 숫자만 보고 왜 방출했느냐고 단언하기도 어렵다.
이인한은 퓨처스리그에서 5시즌 통산 299경기에 나서 타율 0.241, 17홈런, 127타점, OPS 0.690을 남겼다. 1군의 짧은 기록과 퓨처스리그의 긴 기록을 함께 놓으면 선수의 출전 경험이 좀 더 입체적으로 보인다. 물론 퓨처스 성적이 그대로 1군 성적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롯데가 야수진에서 어떤 자리를 새로 만들지는 이후 선수 기용과 영입을 지켜봐야 알 수 있다.
이제 볼 것은 새로 채워질 자리다
이번 발표에서 내 눈에 남는 숫자는 16보다 ‘8과 8’이다. 투수와 야수를 같은 규모로 내보냈다는 사실은 선수단 여러 곳에서 경쟁 구도가 바뀔 여지가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방출 자체가 전력 향상을 증명하지는 않는다. 다음 시즌에는 새로 합류한 선수와 기존 젊은 선수들이 실제로 얼마나 많은 이닝과 타석을 얻는지가 더 중요한 기록이 될 것이다.
선수들에게 방출 통보는 통계의 한 줄보다 훨씬 큰 일이다. 팬으로서는 떠나는 선수들이 다른 곳에서 다시 기회를 잡기를 바란다. 동시에 롯데가 비운 자리를 어떤 선수의 성장으로 채우는지 계속 지켜보게 된다. 내년 이맘때 다시 명단을 펼쳤을 때, 이번 16명이라는 숫자 뒤에 팀의 달라진 경기력이 따라와 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