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드리박 1순위 지명 뒤에 숫자가 보였다

드래프트 결과를 보다가 20%라는 숫자에서 눈이 멈췄다. IBK기업은행이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얻을 확률이었다. 그 기회로 선택한 선수가 세터 오드리박이다. 지명 소식만 보면 행운의 이야기 같지만, 대학과 미국 프로 무대에서 남긴 기록을 따라가면 구단이 왜 이 선수를 기다렸는지 조금 더 선명해진다.
20%의 추첨 확률이 세터 지명으로 이어졌다
10월 28일 열린 2026~27시즌 여자배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IBK기업은행은 전체 1순위로 오드리박을 지명했다. 한국 이름은 박혜린이다. 지난 시즌 5위였던 IBK기업은행의 1순위 추첨 확률은 20%. 확률이 가장 높은 팀은 아니었지만, 지명권을 얻자 세터를 택했다.
세터는 공격수처럼 득점으로 존재감을 쉽게 보여주기 어렵다. 리시브가 흔들릴 때 어느 높이와 방향으로 공을 올리는지, 한쪽에 몰린 공격을 얼마나 풀어주는지가 경기 흐름을 바꾼다. 그래서 1순위 세터 지명은 단순한 선수 보강보다 큰 질문을 남긴다. 오드리박의 경기 운영이 IBK기업은행의 공격 선택지를 얼마나 넓힐 수 있을까.
UCLA에서 커진 출전 시간과 역할
UCLA가 공개한 기록을 보면 오드리박은 2023년 29경기에 출전해 어시스트 806개를 기록했다. 그 시즌 초반에는 다른 세터와 출전 시간을 나눴지만, 정규시즌 마지막 15경기에서는 어시스트 581개, 세트당 평균 10.02개를 올렸다. 시즌 전체 평균 7.60개보다 높은 수치다. 단순히 출전 경기 수가 늘어난 것을 넘어, 후반부에는 공격을 맡아 이끄는 시간이 길어졌다는 뜻으로 읽힌다.
2024년에는 27경기에 선발로 나섰다. 세트당 어시스트는 10.67개였고, 27차례 출전 중 23차례에서 어시스트 30개 이상을 기록했다. 50개 이상을 올린 경기도 다섯 차례였다. 한 경기에서만 반짝한 수치보다 꾸준히 공을 배분한 흔적이 눈에 들어온다.
수비 기록도 흥미롭다. 2024년 디그 220개로 팀 내 2위, 블로킹은 53개였다. 공격을 연결하는 일에 더해 랠리 중 공을 살리고 전위에서 블로킹에 참여했다. 물론 어시스트 수만으로 토스의 질을 판정할 수는 없다. 공격수의 결정력과 팀 전술도 숫자에 섞인다. 그래도 출전 역할이 커지는 동안 수비 기록까지 남겼다는 점은 오드리박을 볼 때 놓치기 아깝다.
미국 프로 기록은 어떻게 읽어야 할까
대학을 마친 뒤 오드리박은 미국 메이저리그배구의 콜럼버스 퓨리에서 뛰었다. 2026년 기록은 24경기, 70세트 출전에 세트당 어시스트 7.37개와 디그 2.30개다. UCLA 마지막 시즌의 세트당 어시스트 10.67개와 나란히 놓으면 수치가 내려간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두 숫자를 곧바로 기량 변화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대학과 프로는 상대 수준도 다르고, 팀마다 세터를 쓰는 방식도 다르다. 프로에서 맡은 출전 역할과 함께 봐야 하는 기록이다. 오히려 새 무대에서 70세트를 뛰며 공격을 연결했고, 세트당 디그 2.30개를 남겼다는 사실이 눈길을 끈다. 공격 운영뿐 아니라 수비 장면에서도 계속 공에 관여했다는 단서이기 때문이다.
V리그에서는 어떤 장면을 봐야 할까
오드리박은 약 180㎝의 세터다. 높이는 전위 블로킹에서 기대를 품게 하지만, 신장만으로 수비력이 결정되지는 않는다. 상대 공격 방향을 읽는 타이밍과 함께 블로킹에 서는 선수와의 호흡이 중요하다. 대학에서의 블로킹 기록이 V리그에서도 이어질지는 실제 경기로 확인해야 한다.
공격 쪽에서는 어려운 리시브 뒤의 토스가 관전 포인트다. 좋은 공이 올라왔을 때 여러 공격수를 활용하는 것과, 네트에서 멀어진 공을 득점 기회로 바꾸는 것은 다른 숙제다. IBK기업은행 공격수들과 얼마나 빨리 높이와 속도를 맞추는지도 봐야 한다. 시즌 초 몇 경기의 어시스트 평균보다 공격이 한쪽으로 몰리는 순간에 어떤 선택을 하는지가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
1순위라는 이름표에는 기대가 따라붙는다. 나는 오드리박의 첫 경기에서 화려한 한 번의 토스보다, 리시브가 흔들린 다음 공을 누구에게 보내는지 보고 싶다. 그 선택들이 쌓이면 드래프트 날의 20%가 코트에서 어떤 의미였는지도 드러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