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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양현종 대신 시라카와 선택 이유를 경기가 말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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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양현종 대신 시라카와 선택 이유를 경기가 말해줬다

준플레이오프 3차전 선발 명단에서 시라카와의 이름을 보고 잠깐 멈췄다. 양현종이 있는데 왜 시라카와일까. 그런데 10월 20일 LG전부터 29일 삼성전까지 이어서 보니, 이 선택은 두 투수의 우열을 가리는 문제가 아니었다. 한 경기를 누가 던질지 정하면서 다음 경기의 투수 순서까지 계산한 결정이었다.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먼저 꺼낸 카드

KIA는 LG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 양현종 대신 시라카와를 선발로 냈다. 양현종은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하고, 정규시즌 마지막 LG전에서도 좋은 투구를 했다. 그래서 시라카와 선발은 선뜻 익숙한 선택으로 보이지 않았다. 더구나 시라카와는 2026년 정규시즌 18경기에서 83⅓이닝, 4승 5패, 평균자책점 4.57을 기록했다. 시즌 성적만 놓고 압도적인 카드라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단기전 선발을 고를 때는 시즌 평균자책점 하나로 답이 나오지 않는다. 당장 구위가 어떤지, 상대 타선을 몇 이닝 버틸 수 있는지, 시리즈가 길어질 경우 다음 선발을 어떻게 배치할지가 함께 걸린다. KIA가 시라카와를 먼저 내보낸 것도 그 맥락에서 읽힌다. 양현종을 4차전까지 준비시키면 준플레이오프가 길어져도 대응할 수 있고, 다음 시리즈의 선발 순서에도 여지를 남길 수 있었다.

5이닝 9탈삼진이 보여준 것

시라카와는 그 선택에 투구로 답했다. LG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5이닝 동안 안타 4개를 맞았지만 볼넷 없이 삼진 9개를 잡고 1실점했다. 삼진 9개가 특히 눈에 띈다. 주자를 내보낸 뒤에도 타구가 수비 사이로 빠지기를 기다릴 필요 없이 직접 아웃카운트를 만들 수 있었다는 뜻이다. KIA는 LG를 상대로 준플레이오프를 3연승으로 끝냈다.

시리즈를 일찍 마친 덕분에 양현종은 등판하지 않고도 플레이오프를 준비할 시간을 얻었다. 이범호 감독은 이후 양현종을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 준비시켰으며, 대구에서 던지는 상황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선발 구상을 설명했다. 4차전이 열리지 않으면서 계획은 그대로 실행되지 않았지만, 시라카와를 3차전에 배치한 이유가 당일 경기만을 향한 것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삼성과의 3차전에서는 계산이 달라졌다

플레이오프에 올라온 KIA는 10월 29일 삼성과의 3차전에도 시라카와를 선발로 냈다. 앞선 LG전의 호투가 근거였지만, 이번에는 상대와 상황이 달랐다. 시리즈 전적은 1승 1패였다. 이 감독은 경기 전 시라카와가 5이닝 동안 3실점 이내로 버텨주길 기대했고, 흔들릴 경우 불펜을 일찍 가동할 계획도 밝혔다. 완봉에 가까운 투구를 요구한 게 아니라, 승부를 이어갈 시간을 벌어주길 바란 셈이다.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시라카와는 4⅓이닝 동안 78구를 던져 4피안타, 1볼넷, 4탈삼진, 4실점을 기록했다. 안타 4개 중 두 개가 투런 홈런이었다. 1회 디아즈에게 선취점을 내줬고, KIA가 3대2로 뒤집은 뒤에는 5회 류지혁에게 역전 홈런을 허용했다. 안타 개수만 보면 크게 흔들린 투구처럼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주자를 둔 상황의 장타 두 번이 경기의 흐름을 바꿨다.

KIA는 6회 나성범의 홈런으로 4대4까지 따라붙었지만, 7회 두 점을 내줘 4대6으로 졌다. 시라카와의 4실점만으로 패배를 설명할 수 없는 이유다. 동시에 선발에게 기대했던 5이닝 3실점의 기준을 채우지 못한 것도 분명하다. LG전의 삼진 9개와 삼성전의 피홈런 2개를 나란히 놓으면, 같은 투수의 구위가 상대와 한 번의 실투에 따라 얼마나 다른 결과로 이어지는지 보인다.

양현종을 남겨둔 의미도 바뀌었다

3차전 패배로 KIA는 플레이오프에서 1승 2패가 됐다. 그러자 4차전 선발 구상도 바뀌었다. 당초 양현종이 준비하던 자리였지만, 이 감독은 네일을 선발로 예고하고 양현종도 대기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제는 선발 순서를 길게 설계하기보다 당장 시리즈를 이어갈 한 경기에 투수를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양현종 대신 시라카와’라는 표현을 양현종이 밀렸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시라카와의 구위를 활용하면서 양현종의 등판 시점과 다음 시리즈를 함께 계산했다.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는 시라카와의 직전 호투를 믿고 다시 선발로 썼지만 결과는 달랐다. 개인적으로는 이 두 경기의 대비가 흥미롭다. 기록은 선택의 근거를 보여주지만, 그 선택이 맞았는지는 매번 새 상대와 새 경기에서 다시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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